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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공천제 폐지, 더이상 미뤄선 안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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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의장협의회 |
작성일 : 2013-09-02 |
조회수 : 19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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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새누리당 대구시당과 경북도당은 조용하다. 내년 6·4지방선거가 채 1년도 남지 않았지만 찾아오는 손님이 거의 없다.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들이 ‘눈도장’을 찍기 위해 사무실로 달려오던 예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여당의 텃밭인 대구와 경북에서 새누리당 공천장은 ‘당선증’에 비유된다.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들의 새누리당 방문은 공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다. 올해 대구시당과 경북도당이 ‘개점휴업’ 상태가 된 것은 정당공천제 문제가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결정했지만, 새누리당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국회의원들의 반발이 심해 눈치만 보는 형국이다. 대선공약을 애써 모른 척하는 모양새다.
새누리당 원내대표인 최경환 의원(경산-청도)은 최근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의 기득권 지키기 차원으로만 바라봐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새누리당이 결론을 내리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문제는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 차일피일 미룬다면 선거 분위기만 어수선해진다. 어차피 정당공천제를 둘러싼 논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방선거를 30년 만에 부활시킨 1988년 지방의회의원선거법 때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문제다.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김태일 교수는 “정당공천제 폐지의 장점과 단점에 대한 논의가 30년 이상 계속됐다. 정리는 다 돼 있다”며 “더이상의 논쟁은 무의미하고 정치적 결단만 남았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정당공천제 폐지를 ‘없었던 일’로 하기는 어렵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정한 이상 새누리당도 어떤 식으로든 화답해야 한다. 대선공약을 뒤엎을 만한 핑곗거리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정당공천제 폐지를 바라는 국민적 요구가 높은 상황이다. 그동안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 상당수가 정당공천제 폐지를 찬성했다.
시민단체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전국의 시민단체들이 정당공천제 폐지를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28일에는 청와대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표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당공천제 폐지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실천하라는 압박이다. 그만큼 정당공천제에 대한 부작용이 심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동안 중앙당이 공천권을 틀어쥐면서 지방정치를 좌지우지해온 게 현실이다.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된 셈이다. 더이상 방치한다면 풀뿌리 민주주의로 불리는 지방자치의 근간이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 중앙권력이 정당공천이라는 기득권을 내려놔야 비로소 지방자치가 바로서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 중앙과 지방이 ‘상생’하는 길도 열린다. ‘줄세우기’도 정당공천의 병폐다. 지방선거 출마자들은 선거 때 주민을 위한 정치를 약속하지만, 공천권을 쥔 중앙권력이나 국회의원에게 충성하기 마련이다.
주민참여 제도화로 정당공천 폐지 부작용 줄여
지역주의와 맞물린 ‘싹쓸이 투표’도 문제다. TK(대구·경북)에선 새누리당 후보가, 호남에선 민주당 후보가 각각 싹쓸이하면서 지방정치의 다양성이 실종됐다. 공천 헌금 등 공천부패의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정치권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국회의원 상당수는 정당공천제의 부작용을 인식하면서도 공천제 유지를 주장한다. 정당공천제가 폐지될 경우 기초선거가 지방토호들의 놀이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과 여성 등 정치적 약자의 진출이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내세운다. 또 정당공천제 폐지가 위헌결정을 받을 수 있다고 항변한다. 정당공천제 폐지에 따른 부작용만 부각시키는 모습이다. 지방정치의 자율성 확보를 위해선 공천시스템과 정당운영 민주화를 대안으로 내세운다.
지방분권 전문가들은 정당공천제 유지를 주장하는 국회의원들의 해결책에 어이없어한다. 공천시스템 민주화와 정당운영 민주화는 기존 정치권이 위기 때마다 들고나온 ‘식상한’ 메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이창용 상임대표는 “국민들이 과연 그 말을 믿겠느냐.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 일단 정당공천제 폐지를 결정하고 예상되는 혼란을 줄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훈 의원(대구 서구)은 “민주당이 당론으로 정한 마당이라 새누리당도 따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부 국회의원들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선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당공천제 폐지를 둘러싼 위헌 논란은 해석의 문제다. 2003년 헌법재판소는 후보자가 특정 정당으로부터 지지 또는 추천받았음을 표방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행위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개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또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정당공천을 허용하면서 기초의원 선거에서 정당공천을 배제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위헌결정을 내렸다. 위헌결정이 난 것은 정당표방을 금지한 규정이지, 정당공천을 배제한 규정이 아니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결국 일부 국회의원들의 위헌 논란 제기는 공천권을 내려놓지 않기 위해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에 불과하다.
이제 정당공천제 폐지의 장·단점에 대한 논란은 무의미하다. 정치권은 기득권을 내려놓고, 대선공약을 지킨다는 차원에서 정당공천제 폐지에 합의하고, 부작용을 방지하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기초단체장의 독주나 여성 등 정치적 약자의 소외 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특히 지방의회를 강화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현재 지방의회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국민 상당수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기초의원이나 광역의원이 누구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정당공천제의 또 다른 폐해다. 정치 지망생들이 유권자보다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에게 충성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지방의회가 강화되면 단체장에 대한 견제도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단체장의 정책결정 과정의 합리성을 위해 의회권한을 제도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과 전문위원 보강 등을 고려해봄 직하다. 논란이 되고 있는 지방의원 유급보좌관제에 대해선 공론화를 통해 지방이 스스로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지방정치의 홀로서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주민참여를 제도화하는 것도 검토돼야 한다. 유권자들이 지방정치에 관심을 기울이고, 참여하는 길이 열린다면 정당공천제 폐지에 따른 부작용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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